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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기내식이 공짜라네
글쓴이 : 김민식                   등록일 : 2018/05/07

‘나 비행기 수십 번 타고 다녔는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어.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이 공짜라네.’ 혹시 이런 소리 하는 사람이 있다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탑승할 때 구입하는 티켓에는 도착지에 내릴 때까지 필요한 모든 서비스와 안전과 오락과 식음료가 다 포함되어 있다. 승무원들은 승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명을 내걸도록 훈련을 받는다. 항공사는 최선의 비행을 위해 철저하게 정비를 하고 조종사는 맑은 정신으로 조종간을 잡을 의무가 있다. 그것이 승객의 권리이고 티켓의 힘이다. 일단 비행기 좌석에 앉은 뒤에는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는데 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 음료수를 여러 번 주문해도 거절당할 걱정 붙들어 매도 된다.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오순절 사건이 강타한 뒤 온 세상은 빅뱅의 여파로 엄청난 혼돈 속에 빠졌다. 예수의 복음은 율법과 뒤엉켜버렸고 한 마디 할 수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이론과 이슈를 만들어 한건 하려고 달려들었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성격도 영성도 카랑카랑한 바울의 마음이 얼마나 다급했을까. 로마서를 보면 점잖게 시작한 바울의 어조가 갑자기 격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어설픈 복음이 로마라는 문화의 용광로 속에 던져졌으니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꼴이 펼쳐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바울은 로마의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을 로마서 8장의 첫 단어인 ‘그러므로’ 앞에 세우기 위하여 강력하게 코너로 몰아붙인다. 족보와 행위를 앞세우며 육체를 자랑하는 자들에게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예수라는 패러다임을 심어주려면 그만큼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했다. 바울은 그 어려운 걸 해낸다. 최고 수준의 수학처럼 정확하고 아름다운 바울의 신학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구약과 신약의 난해한 접촉점을 맞춰낸다.

복음과 은혜를 잘못 이해하면 천국 가는 비행기 기내식에 따로 돈을 내야 하는 것로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줄 알고 미국까지 쫄쫄 굶으며 날아간 할머니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구원에 포함된 온갖 특혜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은 아무 것도 아낄 것이 없다. 그런 하나님 앞에 빈대도 낯짝이 어쩌고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도전이며 교만이다. 젖먹이가 미안해하며 엄마의 젖을 빤다면 그건 엉덩이 맞을 일이다. 모든 것에 별도의 가격표가 있다고 가르치는 교회를 만나는 건 비극이다. 기내식을 먹으려면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다고 누군가 농담을 한 것을 믿고 끼니때마다 시키지도 않은 화장실 청소를 한다면 그런 바보는 고생해도 싸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협력이 전혀 필요 없으시다. 광대하신 하나님 앞에 무의미에 가까운 우리가 십자가 사랑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눈물겨울 뿐이다. 세상 제일의 부자도 구원을 돈으로 살 수 없고 세상 제일의 권력자도 구원을 뒷거래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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