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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그것이 궁금하다
글쓴이 : 김민식                   등록일 : 2018/02/13
살아있는 나와 죽음 이후의 나는 동일한 사람이다. 만일 두 존재가 연결되지 않는다면 구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나는 막 살아도 지옥에 가는 자는 내가 아니라면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몸은 연결되어도 죽는 순간 기억과 정체성이 리셋 된다면 기독교는 구원이 없는 윤리적인 종교로 그칠 것이다. 내 몸에 거룩한 소망과 인내가 쌓인 채로 천국에 들어가야 진정한 환희의 찬송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이렇게 황홀한 천국 공기를 호흡하기 위하여 세상에서 유혹의 미세먼지를 피해 숨을 참아온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싼티아고 순례 길을 마치고 책을 써서 인세라도 챙겼지만 이름 없는 성도의 발걸음은 오직 주님만 아시고 주님만 보상하신다. 믿음의 고난이 내 영혼에 새겨준 아름다운 주름들은 천국을 맛보는 영적 센서로 변한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 지금 어떤 상황 속에 있든지 기필코 감사의 이유를 찾아내라.

앞을 가로막고 있는 홍해와 추격해 온 바로의 철 병거 사이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비명을 질렀다. ‘내 이럴 줄 알고 내버려 두라 하지 않았는가? 왜 멀쩡히 잘 지내는 우리를 끌고 나와 이 지경을 만드는가?’ 열 가지 재앙으로 애굽을 치시던 하나님은 그새 기억에서 다 사라지고 백성들은 모세를 원망하며 몰아세우기 바쁘다. ‘이제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답답하긴 모세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 때 고독한 지도자는 이렇게 외친다. [출14:14]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 그 다음은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이다. 좌우에 물 벽이 서 있는 바닷길로 추격자들은 달려들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나님께서 군대를 단체로 멍청하게 만드시고 병거의 바퀴는 저절로 빠지게 하셨다. 그리고 모세의 손짓에 바다는 다시 합체. 게임 끝!

요즘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신앙을 시작하신 분들은 한 가지 두려움이 있었다. 종교 없이도 잘 지내왔는데 괜히 교회를 다녀서 평지풍파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믿음 초기에는 통과의례처럼 무슨 일이 터진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떠돌았다. 신앙이 궤도에 오르려면 수업료만이 아니라 입회비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각오하고 시작했다. 나도 그와 관련된 간증이 여러 가지 있다. 다시 스물 살이 되고 싶냐고 누군가 물으면 나는 여기까지 온 믿음의 여정이 아까워서 거절한다. 요즘은 축제에서 믿음을 시작하고 고객처럼 관리 받으며 신앙의 패키지여행을 떠난다. 가이드의 깃발만 놓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정해준 곳에서 사진을 찍고 물건을 사고 밥을 먹는다. 손님은 아무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본사에서는 수시로 불만사항을 모니터하고 신속하게 서비스를 개선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분 좋은 기독교는 삶의 콘텐츠와 자존감까지 공급하며 성업 중이다. 마케팅으로 가득 한 현대교회의 트렌드를 이다음에 교회사가 어떻게 기록할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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