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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그것에 어울리는 정신
글쓴이 : 김민식                   등록일 : 2018/01/11
클럽에서 즐기려면 그것에 어울리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심장을 두드리는 강한 리듬을 상상만 해도 전율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불타는 금요일을 기다리다가 클럽으로 달려간다. 경건한 장로님들은 그런 장소에서 도무지 즐거울 수가 없다. 그 소란스러움과 타락한 기운은 차라리 고통으로 느껴진다. 번쩍이는 조명 속에 춤추는 무리들이 지옥 불 속에서 몸부림치는 죄인들로 보인다. 수도원에서 행복하려면 수도자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고요함과 소박함을 사랑하고 소망의 날개로 영원 속을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수도원에 어울린다. 무지하게 심심해 보이지만 나름 무지하게 분주하다. 하늘 사다리를 보았던 야곱처럼 묵상의 기쁨을 아는 사람은 수직으로 바쁘다.

내면에 천국의 인자를 품은 사람이 천국에 끌리는 법이다. 골초들은 몸 안에 잔류하는 니코틴 때문에 니코틴을 찾아 헤맨다.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몸에서 니코틴 성분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동일한 장소에서 모두가 동일하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대단해 보이거나 좋아 보이는 사람들은 영혼의 날개로 세상을 박차고 날아오르기를 거부한다. 저 좋은 것을 두고 내가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언제까지나 세상에 어울리는 자로 남아 세상을 즐기려 한다. 성령께서 영혼의 날개를 살짝 자극하면 기를 쓰고 거부한다. 그 날개가 데려갈 높이를 생각만 해도 어지럽기 때문이다.

육신을 쫓는 자에게는 성령의 9가지 열매가 맺힐 수 없다. 처음 세 가지 열매가 사랑과 희락과 화평이다. 쾌락주의자들에게 이런 것들은 거추장스러운 물건에 불과하다. 이 단어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그 어감에 몸이 반응한다. 싫어하는 음식의 이름을 발음할 때 몸이 거부감을 느끼듯이 성화되지 않은 몸은 이 기막힌 선물에도 긍정 반응을 보이지 못 한다. 고기나 생선회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것처럼 영혼의 건강식도 그 맛을 아는 사람이 달려든다. 병든 자들은 병을 부르는 음식을 좋아하고 건강한 자들은 건강을 부르는 음식을 좋아한다. 타고난 체질도 있겠지만 대개는 환경이나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 후천적 취향이다.

은혜와 천국이 선물로 주어진다고 해서 다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친 콩깍지를 먹을 수 있는 동물은 따로 있다. 강력한 어금니와 되새김질하는 위를 가져야 그것을 소화할 수 있다. 거룩한 식성을 가진 자는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에서 천국을 찾아 먹는다. 안 보이는 자에겐 어디에도 천국이 없지만 잘 보이는 자에겐 어디에나 천국이 있다. 어떤 사람은 부드럽고 달콤한 치즈케이크에 사족을 못 쓰지만 그런 맛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도 의외로 많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새삼 치즈케이크를 즐기는 사람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건 입에는 달지만 몸에는 꽝이다. 먹고 싶은데 참는 게 아니다. 정말 싫다.

강박관념과 과도한 활동성을 숭배하는 세상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다. 날마다 조금 더 천국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육체를 따르는 자와 성령에 이끌리는 자가 함께 손잡고 갈 수 없듯이 세상의 길과 천국의 길은 거의 언제나 반대편으로 갈린다. 내면에 두 마음이 공존하면 늘 시달리고 피곤하다. 성도가 세상과 천국 사이에서 결정 장애 증세를 보이면 자신도 힘들고 보기도 안쓰럽다. 그래서 여호수아도 오늘 섬길 자를 택하라고 했다.

갈5:24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
처음엔 이 말씀이 좀 심하게 느껴졌다. 신앙생활 하는 것도 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의욕과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는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으면 도대체 뭘 바라고 예수를 믿으라는 말인가. 좋은 집과 비싼 자동차, 화려한 명품과 고급 음식들, 나에게 쏟아지는 갈채와 존경. 몸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대상들에 대하여 죽으라는 말인데 그럴 거라면 기도는 왜 하고 능력은 왜 받아야 하는가. 부와 명예의 정상에서 하나님이 나에게 이런 것을 주셨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같은 신앙인이면서 조용하기만 한 내 인생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다는 말인가.

인생의 건너편에 있는 위대한 행복을 발견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나님의 임재 아래 고요히 머무는 법을 배워가는 동안 내 안에서 치고받던 전투는 은혜가 이기는 쪽으로 점차 기울었다. 어느 날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아는 빛이 스며들고 진심으로 천국에 대한 확신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젠 내가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천국이 세상을 이긴다. 믿음 안에서 불끈거리는 힘을 발견하기보다 절대적인 무능 감을 찾아 그 안에 머물기를 즐긴다. 하나님을 하나님 되시게 하고 은혜를 은혜 되게 하는 일이 나의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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