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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가난이 미학적 자극을 준다
글쓴이 : 김민식                   등록일 : 2017/05/30

가난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진정한 심미안이 열린다. 예수님 말씀이 맞다. 심령의 가난은 정말 좋은 것이 시작되는 분기점이다. 천국은 마음의 가난과 가깝다. 삶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생명에 내재된 평균율에 대한 확신은 스스로 행복의 이유를 창조해낸다. 스위스 시계보다 더 정밀한 우주를 바라보면 인생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섭리가 미덥다. 그냥 사라지는 것은 없다. 더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한 퇴장이다. 닫힌 문이 새 문을 열고 부족한 것이 풍부한 것을 불러들인다.

언제 음식이 가장 맛있었는지 생각해보라. 언제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는지 생각해 보라. 시간이 멈추고 경이로운 빛이 넘치던 기억은 우리가 가장 단순했던 어느 날에 담겨있다. 천박한 인격의 그릇에 부와 명성이 담기면 필연적으로 우월감과 과시욕을 따르게 된다. 그럴수록 만족에서 멀어지고 인생의 진미들을 잃어간다. 그렇게 조바심에 시달리는 마음은 손쉬운 위안의 대안으로 자기를 태워 모닥불을 피운다. 그리고 죽어가는 자기 주위를 빙빙 돌며 춤을 춘다. 그 모습을 SNS로 생중계하며 ‘좋아요’를 기다린다.

쉽게 버는 돈의 환상이 깨지고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되는 지금 전혀 다른 배경에서 새로운 사고를 시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우아한 삶에 대한 갈망은 버리지 말자. 그러나 우아함의 원천이 돈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금 인류가 화난 이유는 돈이 줄어듦과 함께 그동안 누려오던 우아함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적당한 가난은 삶의 전 영역에서 미학적 자극을 준다. 다행스러운 것이 많아지고 소중한 것들이 더 풍성해진다. 입맛을 잃은 부자의 식탁보다 가난한 연인들의 길거리 음식이 더 맛있다. 명화와 골동품으로 장식된 화려한 거실이 없으면 그 덕분에 밖으로 나가 별과 나무와 작은 새를 향해 더 많이 미소 짓게 된다. 내게 아부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순수한 친구들은 많아지는 삶,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그 친구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미디어에서 의해서 띄워진 사람은 머지않아 미디어에 의해서 팽개쳐진다. 허영심으로 부풀려진 인생은 시기하는 누군가에 의해서 터진다. 현자들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또 말했다. 그것은 사는 동안 생명이 더 풍성해 지는 것이며 숨 쉬는 순간마다 평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울이 말한 모든 지각에 뛰어난 일체의 비결을 삶에 적용 해 보라. 바닷물을 손가락으로 콕 찍어먹고 ‘나는 바다를 먹었다’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상황 속에 평온하게 처할 수 있는 자는 이미 천국의 열쇠를 가졌다. 행복한 사람의 잔잔한 허밍은 흥분한 무리들의 아우성보다 멀리 퍼진다. 그 부드러운 파동이 닿으면 망가진 것들이 신기하게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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